정부, 중증장애인 혼거 강요 ‘과밀수용’ 책임 인정…법원 “배상하라”

뇌 손상 등 정신장애를 앓던 수용자 A씨가 교도소 내 폭행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하여 법원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전주지법은 지난달 25일, 국가가 A씨 측에 3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며, 폭행 가해자 3명에게는 1500만원을 공동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2021년 사기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군산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전주교도소로 이송될 당시 이미 뇌 손상으로 인해 용변을 가리지 못하고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겪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휠체어를 이용해야 했고 스스로 일어나기도 힘든 상태였으나, 전주교도소 측은 ‘과밀 수용’ 문제로 인해 A씨를 분리 수용할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일반 수용동에 배치했다.

일반 수용동에서 A씨는 다른 수용자 3명과 함께 지냈다. 이들은 A씨가 용변을 가리지 못해 나는 냄새를 이유로 A씨를 폭행했다. 누워 있는 A씨를 일으켜 손바닥과 슬리퍼로 때리거나 배를 밟는 등의 폭행이 가해졌다. 이 폭행으로 A씨는 장간막 손상, 혈관 손상 등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었고, 치료 중 2022년 6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A씨 측은 교도소의 관리·운영 미흡을 이유로 정부와 폭행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과밀 수용 문제를 지적하며, 열악한 상황에서 교도관들이 폭행을 예방하기 어려웠고 A씨가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아 폭행 발생 여부를 알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정부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안좌진 판사는 정부가 교정시설 관리·운영 주체로서 사건 발생을 예방할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과밀 수용을 이유로 중증 장애 수용자에 대한 안전 관리 책임을 방치했을 때, 그로 인해 발생한 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불가피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수용자를 방치한 것은 면책 사유가 될 수 없으며, 조금 더 엄격한 지도·계호 조치나 안전 확보 의무를 기울였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선을 다했더라도 특별한 수용자의 최소한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지침 마련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교정 시설의 고질적인 과밀 수용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교정 시설의 수용률은 129%에 달하며, 과밀 수용은 수용자 간 폭행 사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보고서 역시 수용 인원 증가가 교정 사고 위험을 높이며, 수용자 간 폭행 및 교정 직원 폭행 사고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대법원은 2022년 과밀 수용으로 인한 국가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수용자에게 최소 면적을 보장하지 않은 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는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 한상희기자 (Han.SH@koreanews36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