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추진해온 물가 안정 대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본은 수입 원유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량이 에너지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따라서 이번 사태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과 물가 상승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사실상 모든 원유 수송선의 항행이 금지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공격 이전 대비 10% 급등한 72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제일생명경제연구소의 구마노 히데오 씨는 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로 유가가 최대 35%까지 상승하여 90달러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유가 상승이 일본의 휘발유 및 전기 요금 등에 파급되어 광범위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마노 씨의 추산에 따르면, 원유가 35% 상승 시 소비자물가지수는 0.5%포인트 오르게 된다. 이는 다카이치 정권이 추진 중인 휘발유 감세 및 전기·가스 요금 보조금 정책으로 물가 하락 효과의 절반가량을 상쇄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은 실질임금 하락으로 이어져 개인 소비 부진을 야기하고, 결국 일본 경제 침체 우려를 높일 수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2026년 일본 경제는 물가 상승세 둔화와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 완화로 회복세가 예상되었으나, 중동 정세의 급변으로 인해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되던 경제 시나리오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 명확한 비난보다는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전화 협의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용납될 수 없으며, 미국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기자들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피하면서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일본의 일관된 입장”임을 강조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 역시 핵 개발을 둘러싼 미-이란 간 협의가 매우 중요하며 일본이 이를 지지해왔다고 강조하며, 이란에 핵무기 개발과 지역 불안정화 행동 중단을 촉구했다. 자민당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도 NHK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이란의 핵 개발에 대한 태도도 있기 때문에 (공격을) 일률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법의 지배’를 강조해 온 일본이 국제법 위반 논란이 있는 미국의 이란 공격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오는 19일 워싱턴DC를 방문하여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미일 동맹 강화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 이지은기자 (Lee.JE@koreanews365.com)